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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돋보기/먹거리

[제주의맛]보말칼국수를 먹어볼까요?

지난 수요일에 '한 번 가봐야지'하고 벼르던 칼국수집을 찾아갔습니다.
'마두천 손 칼국수'란 상호의 그리 오래되진 않았지만 여기저기 입소문이 나있는 집이었죠.
제가 먹으려고 했던 것은 보말칼국수, 그 곳에서의 정식 명칭(?)은 '보말 뽕잎 손칼국수'. 칼국수 면을 반죽할 때 뽕잎이 첨가된다고 해서 메뉴에 뽕잎도 들어간답니다.
여기서 잠깐!!!

보말이란?

이미지출처: 남원초51회동창회

보말은 복족류에 속하는 고둥을 일컫는 제주어로, 제주에서 식용으로 이용되며 그 종류가 다양하다. 제주에서는 보말과 비슷하게 생긴 것들을 먹보말, 뎅겡이, 매기, 생이벨망, 문다드리, 수두리, 메훈이 등으로 부르기도 하는데 모두 보말의 종류다.

보말은 크게 ’’먹보말’’과 ’’수도리보말’’로 나뉘는데, 맛이 좋은 것은 후자 쪽이다. 육지에서 가끔 보는 고동은 겉모양이 둥글고 매끈매끈한 까만 먹보말이 대부분이며 맛이 떨어진다. 각이 지고 암갈색을 띄는 수도리보말의 맛이 좋다. 제주에서는 둘 다 나지만, 시중에서 만나는 보말은 거의 수도리보말이다. 제주에서는 예로부터 보말을 많이 먹었는데, 회, 조림, 볶음, 죽, 무침 등을 만들어 먹었다. 음식이 귀하던 시절 보말은 제주 사람들이 단백질을 보충하기 위한 매우 중요한 식량이었다. "보말도 궤기여(보말도 고기다)"라는 제주속담은 보말에 대한 제주인의 인식을 잘 보여준다.
<출처: 디지털 제주시 문화대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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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게는 큰편이라 하기는 뭐하고 좀 작은 편입니다. 4인용 테이블이 10개 가량되는 듯 했습니다.
찾아갔던 시각이 11시20분쯤이었는데 다섯 테이블에 손님이 있더군요. 실내사진은 다른 손님들께도 예의가 아닌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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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블에 있는 메뉴판을 보니 뜨거운 칼국수는 모두 5,500원. 차가운 콩 칼국수는 6,000원이네요.
별미라는 탕수육도 소문이 났던데 이날 먹어보지는 못했습니다.
처음부터 보말칼국수를 먹으려고 갔기 때문에 당연히 '보말 두개 줍써!!' 라고 외쳤습니다. 줍써란 주세요의 제주방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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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 상차림.
겉절이와 청양고추, 보리밥, 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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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국수가 나오길 기다리는 동안 보리밥에 김을 넣고 이렇게 비벼서 드시면 됩니다.
10분정도 기다리니 칼국수가 나오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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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 멋스럽지는 않죠? 그냥 소박한 자태를 뽐냅니다. 국물 색깔이 푸르스름 하네요.
좀 자세히 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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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말의 속살이 보이네요. 소라나 다른 고동 종류와 마찬가지로 끝에 달린 내장(흔히 똥이라 부르는)부분은 씁쓸해서 떼어내는군요.

백견이 불여일식
쳐다보면 뭐합니까? 먹어야 맛을 알죠?ㅋㅋㅋ

맛...... 흔히 얘기하는 맛을 표현하자면 "맛있다!!" 이런 느낌은 아닙니다.
먼저 드셨던 분들은 반박 할 수도 있겠지만 제가 앞에 단서를 달았듯이 흔히 얘기하는 맛있다라는 느낌은 결코 아닙니다.

자세하게 말씀드리면,
보이는 그대로가 재료의 전부인듯 합니다.
보말의 맛, 호박의 맛, 미역의 맛..... 이게 다 입니다.
흔한 소금 한줌도 넣지 않고 들어가는 재료들만으로 전체의 맛을 내고 있다는 느낌입니다.

제주에 사는 분들은 느끼시겠지만 향토음식점이라는 간판을 달고 관광객을 맞는 대형식당에서 파는 제주의 토속음식 들은
더이상 토속음식의 맛이 아니라는 생각을 갖고 계실 듯 합니다.
제주 특유의 소박한 맛이 육지사람(관광객, 타지인)의 입에 그리 잘 맞지 않기에 식당들이 그들에게 맞춰가고 있지요.

전 맛을 잘아는 사람도 아니고 입맛이 그리 까다로운 편이 아닙니다.
이런 제가 그런 변화를 느끼는 정도이니....

제 입이 제주토박이의 입이라고 하기는 좀 그렇고 제주인 반, 타지인 반.. 요정도 그래서 와이프가 그리 맛있다는 갈치국도 전 먹기 시작한지 얼마 안됐답니다. ^^;;

다시 칼국수로 돌아가서....

보말칼국수에선 제주음식 특유의 소박함이 느껴졌습니다.
화려한 멋도, 맛도 없지만 소박한 맛이 더욱 좋게 느껴졌습니다.
어렸을 때 신촌이라는 바닷가 동네에 살았었는데 그 때의 향수도 느꼈다고 할까요? ------- 요건 쫌 과한가?ㅋㅋ

암튼 결론은.....
현대음식에 길들여진 입에 맞지는 않지만 소박한 진짜 제주의 맛이다!!!

참!! 가게의 영업시간은 오전10시 ~ 오후8시 까지인데요.
재료가 떨어지면 일찍(7시 정도) 문을 닫기도 한답니다.
저녁때 가신다면 적어도 6시쯤에는 가시는게 좋을 것 같네요.